‘어느 산골의 외상값’ – 분석과 교훈

인터넷에 주기적으로 떠도는 ‘어느 산골의 외상값’이란 글이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행객은 실질적으로는 이 산골마을에서 아무것도 한게 없습니다. 
왜냐면 이 산골마을의 모든 경제 주체들은 원래부터 빚이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죠.
다만 있다고 착각할뿐… (여행객은 이 착각을 풀 수 있게 살짝 유동성만 제공한것이지요) –

이 스토리는 여행객이 와서 모든 경제주체의 빚을 청산시켜줬다고 하는데
실상은 빚을 청산시킴과 동시에 이들의 자산인 미수금또한 청산 시켜준 것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한 일은 아무것도 없는 것 입니다.

요즘엔 메르스라는 컨셉으로 바뀌었지만 이 이야기의 유래는 ‘The Tale of the $100 bill’ 이라고 수년전부터 외국에서 유럽의 경제위기를 빚대어 미국의 연준위 밴버냉키 의장이 유럽에 100달러를 빌려줘야 한다는 주장이라던가… 유동성을 위해 통화량을 공급하고 회수하는 중앙은행의 역할이라던가를 강조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야기로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이야기를… 다단계라던지… 아무튼 사람들의 돈을 끌어모으기위한 모임등에서 퍼나르고 있는 것이지요…

돈을 더 써야된다… 저축만 해서는 안된다… 등의 논리로요…

아니면… 무엇인가 돈이 만들어 진 것 같은 신기루 같은 현상처럼 설명되기도 합니다.

일단 글을 보시겠습니다.

관광객을 상대하며 살아가는 마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겼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여행객 한 사람이 와서
민박집에 방을 잡았고 20만원의 숙박료를 선불 했습니다.

민박집 주인은 정육점으로 달려가서
고기값 20만원을 갚았습니다.

정육점 주인은 세탁소로 달려가서
세탁비 20만원을 갚았습니다.

세탁소 주인은 맥주집으로 달려가서
맥주값 20만원을 갚았습니다.

맥주집 주인은 민박집으로 달려가서
숙박비 20만원을 갚았습니다.

돈이 순식간에 마을을 한 바퀴
돌고 돌아 다시 민박집 주인에게
돌아 왔습니다.

그런데 여행객이 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20만원을 돌려받고 떠나 버렸습니다.

돈을 번 사람은 아무도 없고
돈을 쓴 사람도 없습니다.

그러나 마을에는 이제 빚진 사람이 아무도 없어 졌습니다.

이런 훈훈한 이야기죠…

신기한가요? ^^

신기해보이지만 회계적으로 분석해 보면 그다지 신기할 것도 없습니다.

<여행객이 오기 전 상황>

여행객이 오기 전, 이 마을의 사람들은 서로에게 외상을 하여 소비를 대체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각 주체가 현금이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여행객이 와서 현금을 주고서야 부채를 갚았다는 걸 보면 현금이 없을 가능성이 크겠죠…

자 여기서 이미 이들의 부채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Step 1.

민박집이 정육점에게 맥주집에 20만원 받을게 있으니 가서 받아가라며 부채와 자산을 청산한다.

그리고 정육점의 자산은 ‘민박집 – 미수금 20만원’에서 ‘맥주집 – 미수금 20만원’으로 바뀐다.

따라서 맥주집의 부채는 ‘민박집 – 부채 20만원’에서 ‘정육점 – 부채 20만원’으로 바뀐다.

Step 2.

이제 정육점이 세탁소에게 맥주집에 20만원 받을게 있으니 가서 받아가라며 부채와 자산을 청산한다.

그리고 세탁소의 자산은 ‘정육점 – 미수금 20만원’에서 ‘맥주집 – 미수금 20만원’으로 바뀐다.

따라서 맥주집의 부채는 ‘정육점 – 부채 20만원’에서 ‘세탁소 – 부채 20만원’으로 바뀐다.

위의 표는 Step 1과 Step 2를 보여주고 있다.

자 이제 세탁소와 맥주집이 각각 서로에게 부채와 미수금 20만원씩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서로 퉁치자! 라고 한다.

그러면 민박집, 정육점, 세탁소, 맥주집은 모두 부채가 없어지게 된다. 하지만 미수금이라는 자산도 함께 없어지는 것이다.

결국 정리하자면… 여행객이 오기전 상황에서도 이 시골마을 경제 전체를 본다면 그 어떤 부채도 자산도 없는 상황인 것이다.

<여행객의 역할>

이렇게 이 시골마을의 경제주체 4명이 서로의 미수금으로 부채를 청산할 생각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여행객의 역할은 이 시골마을에 현금의 유동성을 준 것밖에 없다.

여행객이 20만원을 민박집에 빌려줌으로서 민박집은 맥주집의 미수금으로 정육점의 부채를 갚는 대신 현금으로 갚았고… 이 현금은 돌고돌아 맥주집으로 흘러들어갔고 맥주집은 결국 또 이 현금을 민박집에게 돌려준 샘이다.

아래 표를 보자. 여기서 “여행자 – 예비금 20만원” 은 여행객이 환불을 요청하기 전, 즉 여행객이 언제 환불을 요청할지 모르니 여행객이 민박집에서 묶는다고 정하기 전 까지 민박집 주인이 준비해 놓는 일종의 부채이다.

자 아래서 두번째 단계까지가 서로에게 돈을 주고 받은 상태이고

가장 마지막 단계가 여행객이 환불을 요청한 상황이다.

결국 여행객은 이 산골마을 경제에 현금을 빌려줌으로서 산골마을 경제 내 유동성을 증가시켰고 산골마을 4경제주체들은 이 현금을 “매개체”로 이용하여 서로에게 빚을 갚았으며 마지막 여관주인에게 환불을 요청함으로서 마을에 유입한 현금을 다시 가져감으로서 유동성을 원위치 시킨 것이다.

<결론>

요점은 원래 이 산골마을은 여행객이 오기전에도 부채는 없었다. 네 경제주체가 각기 다른 사람에게 부채가 있음으로서 정보의 불균형이 왔고 서로 부채가 있다고 믿었을 뿐…

<교훈>

만약 이 스토리에서 민박집 주인이 정육점에 20만원을 빌렸는데 그 돈을 고기를 사먹는 대신 민박집의 시설을 좋게 만드는데 투자를 했다고 가정하자.

  1. 그렇다면 민박집의 자산이 일단 늘것이다.
  2. 여행객은 민박집에 만족하고 숙박을 했을 것이다.
  3. 그렇다면 경제주체의 모든 빚은 청산되고 + 여행객의 20만원이 산골마을 경제에 들어왔을 것이다.
  4. 그렇다면 소득이 20만원 늘어난 민박집은 20만원의 일부를 정육점에 소비했을 것이고
  5. 정육점 주인은 또 소득이 늘어나게 된다. 그럼 세탁비로 또 소비를 늘렸을 것이고…
  6. 이렇게 경제의 선순환이 반복된다.

즉 일반적인 소비를 위해서 빚을 내는 것은 그다지 도움이 안되며

자신의 자산 가치를 늘려 미래 소득을 늘릴 수 있을때 빚을 내는 것이 현명하며 전체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교훈이라 할 수 있다.

인터넷에 떠도는 ‘돈은 돌고 돌아야 돈’이라는 교훈은 바로 이 경우 여행자의 돈이 흘러들어 올 수 있고 그 소득증가로 인한 통화승수 (Money Multiplier)가 생겨나야 진정한 의미의 ‘돈은 돌고 돌아야 돈’ 이라는 표현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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